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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토막 모음/책이랑

헬스케어 섹터의 믿음직한 가이드 같은 책,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에 투자하라

by 앩옭 2022. 9. 20.

 

애널리스트 김충현님이 쓰신 책이다. 

 

책은 의료기기의 정의에서 시작해서 의료기기 사업을 치료, 진단, 건강관리 영역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의료기기로 세분되는 품목이 워낙 다양하나 책이 제시하는 구분에 따라 X-ray 촬영기계부터 디지털 치료제까지 어지럽지 않게 맥을 짚어볼 수 있다. 읽을 때 간만에 몰입할 수 있었는데, 다 읽고나서 왜인가 생각해보니 책이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구조적으로 또 일관적으로 알려주고자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산업을 바라보는 저자만의 생각의 틀이 없다면 다양한 사례는 읽는 이에게 오래 남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의료기기 산업의 물고기(지식) 뿐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인사이트와 프레임워크)도 알려주기 위해 내용 전반에 걸쳐 꾸준한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이해한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렇다. 

1. 의료기기 산업(+제약, 바이오 산업은)에서의 혁신은 기술이 뛰어날 뿐 아니라, 시스템 내부 주요 이해당사자의 미충족 수요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설득할 때 발생한다. 
2. 1.에 따라 3대 관계자(보험사, 글로벌 대형기업, 병원) 관점에서 의료기기 기업과 제품을 평가하는 사고가 중요하다. 

 

이 아이디어를 대들보 삼아 펼치는 헬스케어 섹터의 이모저모도 정말 재밌다.

 

예전에 스타트업에서 PBM과 미국 보험 체계를 리서치한 적이 있었는데 (설명하는 언어가 한국어라는 점이 제일 크겠지만) 남에게도 나에게도 설명하지 못할 애매한 지식만 남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를 어렵지 않고 명료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 글 쓰는 능력을 기르고 싶은 입장에서 체하지 않게 방대한 내용을 풀어가는 책의 흐름에 감탄했다.

 

제약산업에 관심이 많은 약대생에게는 또한 스타크래프트 맵의 미탐험 지대처럼 어두웠던 의료기기 사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관계는 보조적이면서도 대체 가능한 관계구나 싶었다. 일례로 약대에서 심혈관계질환의 약물치료에 대해 배울때,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이나 기계적 혈전제거술이 표준 치료 요법으로 나오면 약물 치료가 아니라 시험에 안나오니까 그냥 덮었었다. 그런데 약물을 이용한 치료가 이해관계자들에게 비싼 비용을 치르게 한다면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가 표준 치료법의 자리를 차지하고자 할 수도 있다는 걸 배웠다(표준치료법에 도전하는 기계적 혈전제거술). 

 

또한 핵심 키워드는 의료기기지만 제약, 바이오 섹터를 이해할 때도 중요한 아이디어들이 많다. '약의 자격을 판단하는 건 식약처, 약품 사용을 결정하는 건 의사, 돈 주는건 보험공단, 먹는 건 환자'처럼 의약품 밸류체인의 여러 의사결정이 다양한 주체에게 분배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규제사업의 특성으로 초기부터 사업을 일구기보다 해당 영역의 대응력과 네트워크를 기확보한 기업의 인수합병 전략을 선호한다는 것 또한 그렇다. 

 

책을 읽으며 디지털치료제나 AI 기반 솔루션 사업 등 비교적 최근에 발전한 헬스케어 기술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루닛이 왜 독보적인 유니콘으로 평가받는지, 많이 들어보았으나 여전히 아리송한 디지털 치료제가 어떤 컨셉으로 돈을 벌 수 있는건지, 원격의료는 한국에서 또한 꼭 필요한 서비스인지 등 한창 시의성 있는 이슈들도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책은 적절한 프레임워크와 배경지식을 제공해 준다. 

 

어저께 고향에 방문해서 가족들에게,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물고기도 줘야하고 물고기 잡는 방법도 줘야 된다고 설파하고 왔다. 그래서일까? 종합선물세트같은 지식도 지식이지만, 자꾸만 이런저런 관점으로 생각해 보라고 독자들에게 권하는 책의 내용이 더욱 알차보인다. 아무쪼록 산업에 문외한인 사람도 많이 알아갈 수 있을 것 같고, 이미 의약품 산업 등으로 익숙해진 사람도 얻어가는 게 참 많은 책일 것 같다. 강추강추.

 

아래는 나중에 보려고 작성한 책의 요약과 나의 사족이다. 


  • 물고기 잡는 법. 
    • 임상 현장의 필요성을 분석할 때 환자의 목소리 뿐 아니라 의사의 관점도 중요함. 의사의 업무 부담을 늘리지 않고, 기존보다 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가? 등으로 그들의 입장에 서는 연습으로 의료기기 산업을 이해하는 시각을 넓혀 보자.
  • 1장 의료기기 산업의 부상
    • S&P500 헬스케어 세부 섹터는 의료기기, 생명공학, 바이오, 제약사, 보험사, 유통사, 기타서비스, 검진센터로 구분되며 이 중 최다수를 차지하는 섹터는 의료기기. 의료기기 섹터의 2020년 예상 영업이익률은 25.1%
  • 2장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의 이해
    • 의료기기의 조건
      • 의료기기는 화학반응 없이 물리적으로만 작용하며 체내에 직접 영향 주지 않음 / 질병, 상해, 장애, 임신 등 치료, 진단, 에방의 의료 목적성 가짐 / 진료나 치료에 직접적인 연관성 있어야 함
      • 한편 약사법에서 의약외품은 '질병의 치료 예방'과 관련된 제품을 지칭함. 의료기기의 조건처럼 진료, 치료 등에 대한 의료 목적성을 가지나, 인체에 대한 작용이 약하거나 인체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제품임. 또 살균, 살충 등의 용도로 사용됨
    •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임상시험 비교
      • 의료기기는 때로 임상시험이 필요 없다
      • 의료기기는 의약품과 달리 2번의 임상시험 진행하며, 이는 탐색과 확증 임상으로 구분된다.
      • 환자만큼 시술자의 개입이 중요한 의료기기의 특성상 대규모의 임상시험 진행이 어렵다
      • 환자에게 직접적인 시술을 해야 해서 이중맹검 등 대조군을 적용하기 어렵다
  • 3장 치료 영역의 혁신
    • 의료기기 산업의 혁신
      • 기존 기술을 한번에 뒤집기보다는 특정 목적과 용도의 일부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해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며 적용 가능한 시장을 확대하는 식으로 진행
      •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 시술이 대표적인 사례. 이는 인공 판막 삽입을 위해 가슴을 절개하는 대신, 허벅지 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해 대동맥 판막까지 도달한 후 판막을 끼워넣어 침습 부위를 최소화하는 수술 방식임. 이 시술은 2011년 (가슴절개) 수술이 불가한 환자 대상으로 시작해 2012년에는 수술 가능한 환자 중 고위험군 환자에게, 2016년에는 중중도 위험군 환자로, 2019년에는 저위험 환자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함. 점진적인 확대의 기반이 된 것은 개흉수술 대비 우수한 사망률, 뇌졸중, 재입원 비율을 보여준 파트너-3과 같은 임상시험 자료.
    • 미국 전체 의료비 구성
      • 약가 9%, 병원비 34.3%, 의사 인건비 20.9%로 약가보다는 의료비, 인건비 비중이 높음
      • 정맥혈전색전증의 표준치료법인 항응고제가 복용 후 환자의 출혈 위험으로 모니터링 비용이 증가함. 따라서 혈전을 단번에 제거하여 항응고제의 비용 구조로 인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의 도전이 있음(이나리메디컬 사례)
  • 4장 진단 영역의 혁신
    • 생태계 내 주체들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기업이 매력적이이다
      • 루닛은 왜 면역항암제 동반진단 연구를 할까?
        •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 중 면역관문억제제는 이전 세대나 면역증강제보다 부작용은 약하나 반응률이 20%정도로 낮음. 따라서 개발사 입장에서는 치료 효과가 높은 집단을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발굴이 절실히 필요함. 루닛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면역항암제와 관련한 동반진단 연구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임. 면역항암제 업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의 답과 동일함. 보험사는 총비용 절감을 위해 고가 항암제가 의미 없이 사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동반진단에 관심이 많고, 제약사는 제품의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 관심이 많음. 루닛 뿐 아니라 일루미나-로슈의 파트너십, 암젠-퀴아젠의 파트너십 등이 예시.
      • 최초로 암 조기진단 제품 상업화에 성공한 이그젝트사이언스
        • 대변 내의 대장암 바이오마커 10종의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진단키트를 판매하는 이그젝트사이언스. 기존 17달러인 분변잠혈 검사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아 선별검사로서 가치가 있고, 확진검사인 대장내시경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3,000달러인 내시경보다 훨씬 저렴한 508달러로 가격이 책정됨. 이 키트는 민간기업 보험 등재 이전에 메디케어에 먼저 등재될만큼 파격적으로 성장함.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조기진단에 성공하면 대장암이 진행되었을 때 잠재적인 총 의료비용을 절약할 수 있음. 암 조기진단을 진행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분별잠혈검사보다 이윤이 남는 진단키트를 선호하며,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가 직접 키트를 사용 간단한 상담과 처방 외에는 큰 노력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 이처럼 건강보험, 병원 등 의료 주체의 미충족 요구를 종합적으로 만족하여 제품이 성장했다고 해석함.
  • 6장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 분석
    • 의료기기 산업의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중심으로 진행됨
      • 의료기기 산업은 기술 자체만으로 혁신을 일으킬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의료기기 산업을 비롯한 헬스케어산업이 여러 이해 관계자가 관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임( 서비스 검증 - 규제기관, 가격 책정과 비용 지급 - 보험사, 치료 의사결정 - 의사 등).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이 산업 내부의 시스템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보험사에게는 비용 대비 효과성을, 병원에게는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처럼 혁신 기술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만족시켜야 하기에 혁신 기술의 등장이 반드시 기존 기술의 쇠퇴를 의미하지 않는다.
        • 3세대 면역항암제 등장 이후에도 표적항암제, 화학항암제도 표준 치료제로 사용됨
        • PCR도 1세대(Conventional PCR), 2세대(qPCR), 3세대(ddPCR) 모두 나름의 장단점으로 골드 스탠더드로 사용됨
    • 의료기기 산업을 분석하는 좋은 프레임은 주요 3대 관계자의 고민과 이익임
      • 가격책정과 비용 지급 권한 가진 건강보험
        • 규제기관의 안전성/유효성 허들을 통과해 제조 허가를 받는 것보다 보험사 급여 목록에 등재되는 것이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한 요소
        • 미국은 보험사의 네트워크 병원에 한정해 급여를 적용하기에 급여 목록 등재 여부는 실질적으로 처방에 깊게 관여함
      •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경쟁자인 글로벌 대형기업
        • 기술이전, 인수합병이 지배적인 전략인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
      • 치료의 의사결정을 맡는 병원
        • 의료기기의 처방을 좌우하여 의료기기 업체의 실질적인 고객
    • 미국 건강보험 시장의 구조
      • 미국 건강보험 시장은 기업 민간보험(48.9%), 개인 민간보험(7%), 메디케이드(20%), 메디케어(13.6%), 무보험(10%)와 같이 구성됨. 크게 공보험, 민간보험, 기업 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음
      • 민간보험은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구성. 1. 종합건강관리기구는 네트워크 산하 병원의 의료 서비스에만 보험금 지급하며, 주치의 선정 요. 2.특약의료기구는 네트워크 외 병원에서도 진료 가능하며 주치의 선정도 불요, 더 비싼 보험금 부담. 3. 포인트 오브 서비스는 1.과 2.의 혼합 방식으로 네트워크 외 병원에서 진료 가능하나 주치의 선정 요. 4.인뎀니티는 국내 실손보험과 비슷하게 어디서나 진료 받을 수 있으나 가장 비쌈.
      • 공보험 중 65세 이상 은퇴자와 특정 장애, 신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는 크게 4파트로 구성. A-입원치료, B-외래진료, D-전문의약품, C(메디케어 어드밴티지)-A+B+D 일부. A와 B는 오리지널 메디케어로 필수 가입, 20퍼센트의 자기부담ㄱ므 발생함(한국은 통상 30퍼센트 정도). C와 D는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 이후 선택 가입이며 민간 보험사에 위탁운영됨. C(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이미 포화됐다고 간주되는 건강보험과 대비되어 민간기업에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함. 가입자수에 따라 연방정부가 민간보험사에 돈을 지불함.
      • 미국 건강보험시장에서 특이한 또 다른 요소는 디덕터블과 디덕터블 러쉬. 디덕터블은 보험사가 의료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하는 기준 금액으로, 이 기준금액보다 누적 지출 금액이 낮으면 보험가입자가 자비로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함. 이러한 고객지출한도 금액은 연 단위로 초기화되어 4분기쯤 연말에 고객들이 디덕터블을 채우기 위해 병원으로 러쉬하는 현상이 디덕터블 러쉬.
    • 의료기기 제품이 근거를 쌓아나가는 시발점은 기업의 자체 보험 시장
      • 임상 데이터와 근거가 불충분한 헬스케어 제품은 기업 자체 보험 시장에서 성장하여 근거를 확보한 후 공보험과 민간보험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는 경우가 일반적
      • 기업 자체 보험 시장에 구독 모델로 침투해 성장한 미국 최대 원격 의료 업체인 텔라닥의 사례
  • 7장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
    • 한국 의료기기 섹터의 주가배수가 바이오 섹터에 비해 저평가되었는가?
      •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영업가치와 자산가치로 구분한다고 할 때, 두 섹터의 차이는 자산가치 인식 여부임. 한국 바이오 섹터는 신약 후보물질이나 제형 기술 등의 자산을 대형 글로벌 기업에 성공적으로 판매하고 거래해 온 이력이 있음(2015년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거래 가능한 시장과 거래의 사례가 발생하며 여타 바이오 기업들의 후보물질같은 자산도 임상 진행 단계와 해당 적응증의 시장 규모에 따라 자산가치가 형성 및 인식받기 시작. 반면 아직 의료기기 업체들은 대규모 기술이전이 발생한 사례가 아직 없어 자산가치가 인식되지 않음. 대형 해외 기술이전은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바이오산업처럼 규모를 성장하고 내재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필요함.
    • 의료기기 섹터의 성장을 위해 정책자금, 금융자본과 더불어 산업자본을 유치하자
      • 산업자본은 이종 산업의 기업이 신사업 진출로 의료기기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경우 기존 사업부가 의료기기 사업의 상용화가 첫 발을 떼기 시작하는 3-5년간의 긴 호흡동안 캐시 카우 역할을 해 줄 수 있음. 또한 기존 사업이 제조업 상장사인 경우, 경기를 잘 타지 않는 의료기기 시장의 특성상 모회사 주가배수의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
        • 지문인식 모듈 업체인 드림텍(심전도 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재료 업체 솔브레인(체외진단기기), IT 검사장비 업체인 고영,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업체인 미래컴퍼니, 한국야쿠르트 등 이종산업에서 의료기기 산업에 진출한 사례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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