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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토막 모음/책이랑

마케터의 일 - 장인성 / 독서 후기.

by 앩옭 2023. 2. 1.

                         

오늘 읽을 책은 내게 매우 중요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뭘 읽는지도 늘 궁금하다ㅎㅎ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모 약사님이 읽으신 것 인증하셔서 이번 책 주문 목록에 고민 없이 담았다.

 

"마케터의 일"은 배달의민족에서 CBO로 일하시는 장인성 님께서 쓰신 책이다.

 

책은 이백여 페이지 남짓으로 앉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정도로 '물리적으로는' 라이트하다.

하지만 읽다 멈추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두꺼운 책 만큼 시간을 즐길 수 있다.

 

1) 이 책은 사물/브랜드/일을 덕질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는갑다고 생각했다.

읽다말고 책을 덮고, 좋아하던 것들을 당장 좋아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부분은 책을 주저 없이 구매하게 만든 페이지이다.

몰입하고 싶은 대상을 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대상을 일부러 조금만 더 애정해 보라는 제안이 좋다. 

책 읽다가 배민에서 식재료 매거진을 발행함을 알게 됨. 바람직한 덕질이다. 당장 사서 읽겠어.......

 

2) 효율적으로 협업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그것도 아주 따뜻하게

3) 마케터가 아닌 사람에게도 주옥같은  생각과 생각의 도구를 제공한다.

인상깊게 읽었던 내용을 내 식대로 요약해 보았다. 이 내용들은 나중에 업무 경험이 쌓이고 다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우리 브랜드의 마케팅이 다른 브랜드의 것이라고 속이고 판단하기, 즉 거리두기를 통해 내새끼 필터 빼고 판단하기
  • (마케터로서) 자산을 쌓기 위해 경험은 사서 할 것,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경험할 것. 경험이 좋고 싫음과 그 이유를 관찰할 것
  • 멋진 보고서 만들기를 경계하기. 보고서에서 '결론'만 남겨도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함. 구구절절 그 결론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면 실패일지도
  • (발표나 보고서 등에서) 딱 한 마디 남겨야 한다면 > 딱 한 문장 남겨야 한다면 > 딱 1분만 말해야 한다면 순으로 생각하기
  • 그거 안 되는 아이디어에요 → 사실은 책임지기 무섭고 실현하기 싫어서 나오는 말일 수도 있음
  • 취향의 문제는 논리 말고 취향으로 푸는 것. 취향 때문에 의견이 갈리면 일에 더 애정이 있는 사람이 결정하든가 하면 됨
  • 함께 일하는 사람을 먼저 좋아하고 신뢰하는 것까지가 넓은 의미의 일일 수 있음.
  • 행사를 기획할 때는 참여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상상해 보자. 그 사람이 보게 되는 현수막이나 안내 요원 등등
  • 시키는 대로 일해도 되지만 기왕이면, 누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성취의 보람도 느낄 수 있음
  • 다른 사람의 업무를 피드백할 때는 결과물 그 자체 말고 원래 원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누군가에게 지시사항을 포함한 피드백을 받는다면, 그 분의 지시사항대로 1부, 그 분의 의도를 소화해 내 방식으로 표현한 것 1부 준비해보기⭐️(나중에 이렇게 꼭 해봐야지 싶었던 아이디어). 이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음. 
  • 주류 감성이 아니어도 디테일이 기대 이상이면 기획물이 특별해짐. 기획하는 자는 많은 경험으로 "이 정도는 됐다" 너머로 갈 수 있음

 

 

 

책 보면서 유용한 아이디어라고 느꼈던 부분이 쓰고 보니 참 많다.

한동안 책 고를 때 이전에는 몰랐던 지식의 지도를 밝히는게 좋아서 비문학 위주로 꽉꽉 채웠다. 

에세이나 짧은 소설처럼 얼핏 보기 밀도 낮은 책은 다음으로 항상 미뤘다.

 

그래서 평소 읽던 책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시험도 끝난 겸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무겁지 않은 문장과 행간 사이로 애써서 닮아가고 싶은 생각들이 참 많다.

 

 

 

 

이 책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노동자에게 유용한 것과 별개로

내게 '소비'라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끔 했다.

 

소비는 재화를 거래하여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행위라고 간단히 정의해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소비가 충족하는 욕구의 위계는 다르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부터, - ex 기본모 칫솔, 재생 펄프 화장지, 식빵

 재화가 본래 가진 기능에 심화되거나 부가된 기능으로 필요 이상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 - ex 전동 칫솔, 3겹 엠보 화장지, 소금빵

사회적 지위나 소속감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 - ex 결혼식장 여자화장실에서 기죽지 않기 위한 입생로랑 백, 맨손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 줄 네일아트  

 

등등 으로 구분해서 나눠볼 수 있을텐데

 

이 책은 소비를 '자기를 실현하는 과정'으로 전제하고 있다.

자기를 발견하고 실현하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라고 이를 표현한다면

그 예시는 

ex- 내 취향을 모색하고자 할매순대국 말고 순대 오마카세에 감, MS오피스랑 크롬만 쓰는 사람이지만 애플의 감성과 철학이 좋아 필요 이상 스펙의 맥북을 구매함.. 쓰고 보니 내 얘기네, 같은 값으로 양질의 비누를 구매할 수 있음에도 제주도 이니스프리 팝업스토어에서 비누 제작 키트를 28,000원에 구매함 등등 과 같이 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물질이 풍부해지고 생산기술이 발달해

한 인간이 생애동안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품질의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역사는 길지 않다. 길게 잡아봤자 산업혁명 이후?

같은 계층이라면 100년 전의 나보다 현재의 나는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사고 버릴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시대의 인간은 소비로 더욱 더 사치스러운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책의 내용이랑 별개긴 한데

나는 기분 좋게 물건이 아니라 경험을 산다고 여기고
(주로 구입하는 재화 그 자체의 가치보다 웃돈 가격으로) 소비를 하려다가도

가끔은 이 논리가, 풍부한 물질세계와 함께 발달한 자본주의가

내게 더 많이 소비하라고 가르친 우아한 합리화가 아닐까 의심하곤 한다.

 

'나를 알아가는' 소비는

자기발전을 지향하는 인간 속성이 요 근래 발전시키고

자본주의를 성숙하게 소화해낸 한 방식일까?

 

아니면 더 많이 사게 하기 위한 마케팅의 최신 방법론일까?

 

책에서 기민한 마케터가 되는 좋은 방법으로 일러 주신 바와 목적은 다르지만,

나는 한동안 관찰하고 의심하며 소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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