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약사고시 후기를 쓰는 목적
74회 약사고시 약 삼주 전에 떨리기 시작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쓴 글에 이어서
어제(22.02.16) 최종 합격 발표가 나서야 드디어 발 뻗고 잠도 자고 후기 쓸 생각도 하게 됐다.
공부는 10/17부터 시작했고(95일 남짓?), 아침 7시쯤 일어나서 밤 9시쯤까지 하고 일찍 자려고 노력은 했다.
'열품타'라는 스터디 앱으로 동기들이나 다른학교 친구들이랑 그룹 여러개 만들고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다.
공부시간은 아래처럼 많이 찍혀있긴 한데,
쉴 때마다 측정하는게 귀찮아서 화장실 가고 스트레칭 하고 졸고ㅎㅎ 하는 시간 모두 기록되어 있어서
순공부시간은 기록시간에서 2시간 정도 뺀 정도인 것 같다.
주말은 시험 바로 직전 되기 전까지는 꼬박꼬박 쉬고 주로 운동하려고 했다.
후기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적었다.
1.
수능, 편입, 약사고시처럼 큰 사건이 있으면
이렇게 일기나 글을 써서 회고하고 정리해야만 비로소 진짜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사건 전후에 느낀 점을 적고 오래 보존하고 싶다
2
74회 약사고시를 공부하는 와중에도,
'공부를 시작부터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내 뒤에 보는 사람은 이렇게 하면 효율적일텐데' 하는 아이디어가 많았는데,
75회 약사고시 등 나중에 이 이벤트를 맞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약시는 어떤 시험인가? : 무의식적으로, 객관식으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염두에 두면 좋은
이 시험만의 특징이 있다.
바로 약사고시는 무의식으로 푸는 객관식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응시할 사람이라면 시간표도 보고 대강 다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겠으나,
약사고시의 모든 과목은 1문제당 1분 미만의 시간 안에 답을 찾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만 한다.
행동경제학을 발전시킨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대한 생각'에서는
인간의 사고체계를 직관적인 시스템 1과 논리적인 시스템 2로 나누는데,
약시는 전형적으로 시스템 1을 사용하여 풀이한다고 생각한다.
약시는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단계적인 사고를 거쳐 결론에 도달하는 논리적 풀이를 그리 요구하지 않는다.
있다고 해도 2영역에 한정되어 있으며,
1-2단계 정도 생각이면 풀리는 문제가 전체의 20% 미만이다.
특히 1영역 생명약학은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예방약학에서 유기오염물질 중 PCB 개념으로 약사고시를 출제한다고 해 보자
위 개념은 이 글을 쓰려고 공부할 때 예방약학 8판을 혼자 타이핑 했던 내용을 급하게 가져온 것인데,
약사고시에 적합한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은 아래와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문제 출제 또한 유형을 보여주려고 대강 냈다.)
따라서 뒤에서 영역별 공부방법에서 다시 말하겠지만
1영역과 3-4영역을 필두로 공부할 때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짚고 넘어가되,
철저하게 키워드 위주로 공부할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아래부터는 국시 공부할 때 사용했던 방법과 점수를 써보고,
"내가 만약 국시 공부를 다시한다면?" 이라는 가정 아래에
최적의 공부방법이 뭔지 나름의 결론을 내어 보려고 한다.
약사고시 1영역 생명약학 공부법 : 무조건 키워드 위주로
1영역의 다섯 과목들은 다 질병이 걸리는 원인과 경과, 치료 방법에 관련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생화학은 분자 단위에서 질병이 어떻게 생기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나머지는 이를 이해하기 위한 지식들이고
미생물학은 다른 생명체나 전염성 비생명체로 인해 질병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
예방약학은 인의 문명과 활동으로 인한 부산물이 야기하는 질병에 대해,
병태생리학은 질병이 발생할때 세포, 조직과 장기 단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약물학은 약물이 체내 분자와 상호작용하는 기전에 대한 과목이다.
따라서 공부할 때 개념이 뭔가 질병과 관련이 되어있으면
그게 바로 중요한 내용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다.
과목 ① 생화학 + 분자생물학
점수 : 19/20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주요 회로들(해당과정, TCA, DNA합성과 엽산회로 등) 분자 구조까지 같이 암기, 질병과 생화학적 병인 매칭하기, 매일매일 조금씩 보기
다시 공부한다면 : 원래 방법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전보다 공부를 생각보다 덜 해도 되는 과목 같다. 용어와 개념이 외우기 쉽진 않아서 공부할때는 시간이 많이 드는데 시험보면 어차피 객관식이고 키워드 고르는 거다 보니(추론형 별로 X) 막상 풀면 옳은 답을 잘 찾아갈 수 있다. 굳이 개선할 점을 찾자면 위에 더하여 좀 더 '효소 조효소 위주로' 공부할 것이다.
과목 ② 미생물학 + 면역학
점수 : 18/20
내가 공부했던 방법 : 미생물-질병 암기, 생물학적제제-체내표적분자 암기, 면역학 참공부, 항생제-표적분자 암기
다시 공부한다면 : 여기는 과목 이름은 미생물학인데 크게 [미생물학 + 면역학과 생물학적제제 + 항생제 + 그외] 로 나뉘어서 은근 챙겨 공부할 것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점수를 잘 받았으니 원래 방법과 크게 다르진 않을진데, 보통 중요하게 약시생들이 집중하는 곳이 미생물-질병 암기인 것 같으나 최근에는 다른 파트를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면역학이나 생물학적제제 같은 파트들.
따라서 다시 공부한다면 미생물-질병 암기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고(다 외우고 나서) 면역학, 생물학적 제제에 시간을 더 배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미생물학 분과회 요약집 구매를 개인적으로 또 추천한다. 3회독부터 시험 직전에 급하게 사서 봤는데 이 때 본 내용들이 출제가 많이 되었다,.
과목 ③ 약물학
점수 : 19/20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시험 약 6주 전부터 총론과 자율신경계, 중추신경계만 2회독, 문제풀이 따로 안함
다시 공부한다면 : 자신이 약물치료학을 공부할 때 약의 기전에 대해 한 번 쯤 되물어 보는 성격이라면 약물학을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따라서 다시 시험본다면 공부를 더 안 할 과목이다. 약물치료학 공부하면서 나오는 약이 무슨 기전인지 떠올릴 수 있으면 기본지식으로 60점 넘고 점수를 좀 더 딸 수 있다. 만약 여기서 더 공부해서 다른 자신없는 과목에 보충할 점수를 얻어가고 싶다면 총론, 자율신경계, 중추신경계, 심혈관계, 당뇨 위주로 보면 될텐데 이마저도 막상 시간이 오래 소요되진 않는다. 매년 깊게 공부해야 낼 수 있는 문제가 1-2문제정도 나오는 것 같은데 이정도는 그냥 틀리면 될듯.
과목 ④ 예방약학
점수 : 19/20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요약본 n회독, 예방약학 요점집(분과회 문제집) 풀다 말음.
다시 공부한다면 : 당초에 내용이 단편적이라 머릿속에 잘 들어가지 않는 내용인데 범위도 광활해서 공부할때 애 많이 먹고 가장 스트레스가 되었던 과목이다. 올해는 그 고충을 알아주셨는지 난이도를 낮춰 주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해 난이도와 경향은 어떨지 또 모르겠어서 다시 공부한대도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지는 않을텐데, 아까 예시로 들곤 했던 원인물질-증상 매칭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이 과목 대부분의 문제는 물질에 대한 설명(증상이나 특성)을 주고 키워드인 답을 고르는 유형이다.
나는 참공부를 하면 암기가 잘 될 줄 알고 기전까지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과적으로 암기에 큰 도움은 안되었던 것 같다. 따라서 다시 공부한다면 사천성 하듯이 증상하고 키워드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 PCBs-좌창, CCl4 - 라디컬 형성과 지방간 유도, Ethanol - NMDA 수용체 저해... 처럼.
그리고 예방약학 요점집 사다 풀었는데 도움 안 됐다. 시험과 유형이 달라 오히려 내가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여기에 썼던 시간을 수면에 사용할 것이다.
과목 ⑤ 병태생리학
점수 : 18/20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시험 2달 전부터 이론 요악본 3회독
다시 공부한다면 : 최근 몇 년간 시험 경향이 종잡을 수 없고 올해도 그랬다. 따라서 글을 보는 분들에게 이렇다할 경험담을 말하는 건 부적절 할 것 같다. 올해의 경우 기본적인 해부생리학과 병리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합격점을 넘을 수 있도록 출제되었다고 느낀다.
과목 ③ 약물학
점수 : 19/20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시험 약 6주 전부터 총론과 자율신경계, 중추신경계만 2회독, 문제풀이 따로 안함
다시 공부한다면 : 자신이 약물치료학을 공부할 때 약의 기전에 대해 한 번 쯤 되물어 보는 성격이라면 약물학을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따라서 다시 시험본다면 공부를 더 안 할 과목이다. 약물치료학 공부하면서 나오는 약이 무슨 기전인지 떠올릴 수 있으면 기본지식으로 60점 넘고 점수를 좀 더 딸 수 있다. 만약 여기서 더 공부해서 다른 자신없는 과목에 보충할 점수를 얻어가고 싶다면 총론, 자율신경계, 중추신경계, 심혈관계, 당뇨 위주로 보면 될텐데 이마저도 막상 시간이 오래 소요되진 않는다. 매년 깊게 공부해야 낼 수 있는 문제가 1-2문제정도 나오는 것 같은데 이정도는 그냥 틀리면 될듯.
약사고시 2영역 산업약학 공부법 : 일찍 시작하고 점수 덜 잃기(?)
과목 ① 물리약학
점수 : 16/18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이론 n회독과 단권화, 중요한 공식 별도로 암기, 분과회 요약집 문제풀이
다시 공부한다면 :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안했다는 전제가 있으면(내 얘기) 개념 이해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더 일찍 시작해야 할 과목이다. 약시는 대부분 시스템 1으로, 키워드 위주로 직관적으로 푸는 시험이라고 대전제를 하긴 했는데 물리약학이 이 설명에 대해 가장 예외적이다. 개념과 공식에 대한 암기도 중요하고, 나름 깊은 이해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목은 오개념을 형성하기가 매우 쉬우니 일찍 공부를 시작해서 문제 풀고 오개념을 빨리 바로잡는 것이 좋다.
추가로, 내가 시험 본 74회 약사고시에는 공식을 암기하고 있을 것을 전제하는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히구치 약물방출모델, stroke식, 주요 비뉴턴전단계 등등 주요 개념에 대한 식, 그래프 개형과 축 등은 통째로 암기해야 몇 문제 더 맞힐 수 있었다.
계산문제는 늘 나오던 것이 나오는 것 같아서 의외로 염려할 거리는 안된다.
과목 ② 합성학 + 의약화학
점수 : 18/18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약물 구조와 이름 통째로 암기, 합성 과정 3회독, SAR 2회독
다시 공부한다면 : 예방약학과 더불어 점수가 가장 안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난감한 마음으로 공부했는데 가장 잘 봐서 당황스러운 과목이다. 잘 봤으니 공부했던 방법이 맞았나보다. 제일 중요한 공부는 스터디원들과 함께 약물 구조 백여개 이상을 그냥 통째로 외우는 것이다. 혼자 하면 서러우니 스터디마다 분량을 정해서 퀴즈로 시험을 보았다. 이름을 대면 바로 구조를 정확하게 그릴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1사이클 때 구조를 얼추 외우면 잊어버린 것도 있지만, 이러면 난이도가 어떻든 문제 절반 남짓을 맞을 수 있다.
2사이클부터 SAR, 약물 기전, 합성학을 공부하면서 나머지 절반을 채운다.
SAR엔 어차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가 없었다. 따라서 구조를 암기하면서, 구조 중 여기에 할로겐이 달리면 투과력이 좋아지는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시간을 공부라고 부르기로 했다.
약물 기전은 약물학, 약치에서 공부하는 데 공부할 게 없지 않나 싶은데 출제 범위인 약물들이 조금 다르고, 또한 약물학보다 수용체 종류 위주로 더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포인트가 다르니 약물학과 별도로 의약화학에서 또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이 또한 SAR 공부할 때 그냥 같이 했다.
합성학, 즉 약물 합성 과정을 공부할 때는 '입체선택성과 위치선택의 개연성' 위주로 살펴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특정 합성 단계에서 분자에 반응할 수 있는 지점이 여러 곳인데, 특정 위치에서 일어났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고리를 형성하거나, 개환하는 등의 반응에서는 입체선택성의 인과관계를 따져본다. 왜 꼭 저 자리, 저 입체로 반응이 일어나야 했을까? 약사고시 수준에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온다. 이런 점들을 열심히 외울 필요는 없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수준만 해 두어도 시험문제 풀 때 생각이 잘 났다.
과목 ③ 분석학
점수 : 14/18
내가 공부했던 방법 : 기기분석학 이론 3회독, 정량분석과 정성분석은 1장짜리 요약본 만들어서 최소한만 공부
다시 공부한다면 : 시험에서 틀린 네 문제 중 세 문제는 계산 문제였다. 공부하다보면 알게 되는 점인데 분석학에서 계산 문제는 나오는 주제로만 나온다. 비선광도, 흡광도, 산염기 정도. 다만 6년제 이후 시험이 고이다보니 개념의 난이도는 높이지 못하고 계산과 단위가 혼동스러워진다. 이 점 유의하고 정해진 계산 유형을 반복적으로 준비하면 계산 문제는 다 맞을 수 있다.
다시 공부해도 기기분석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쓸 것이다. 기기분석에서는 크로마토그래피가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크로마토그래피를 비롯한 기기분석 결과를 보고 분해능, 분리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조치를 중요하게 보시는 것 같다.
과목 ④ 약제학
점수 : 14/18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약제학 이론 3회독, 기제를 따로 시트로 총정리해 암기
다시 공부한다면 : 시험은 못봤지만 공부방법이 크게 잘못되진 않은 것 같다(???). 생화학에서 원인-질병을 연결하는 문제가 반복된다면 약제학에는 기제가 있다. 기제는 약제학 이론 공부하면서 나올때마다 어디다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고 시험 직전에 반복적으로 보며 잘 암기해 두는 것이 좋다. 그 다음으로는 약동학이 중요해보인다. 계산문제와 개념 문제 두루 출제된다. 약동학 공부는 재밌었고 아무개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잘했는데 이번 시험에서 틀린 건 다 약동학이다.
여하간 언제 어떤 기제를 사용하는지 숙지하는 게 최우선이다. 특정 기제는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자꾸 보다보면 물리화학적 성질이 이해가 되고 기제가 특정 목적을 위해 쓰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갔던 것 같다.
과목 ⑤ 생약학
점수 : 18/18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이론서 n회독, 암기 자료 만들고 이용, 스터디 퀴즈, 본초학 + 한약제제학 이론 1회독
다시 공부한다면 : 생약학은 약사 국시의 진정한 효자이다. 보통 2영역에서 점수가 털리고 3-4영역에서 방어하는 식인 시험인데, 생약학은 2영역에서 최종 방어선 같은 역할을 한다. 이해 없이, 논리 없이 성실함으로 최소한의 점수를 얻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난해한 학명과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효능을 보면 생약 공부를 처음 할 때 매우 막막할 수 있다. 하지만 시험이 주관식이 아님을 명심하면 공부를 좀 더 느슨하게 하며 점수는 더 얻어갈 수 있다. 처음 생약 시험공부를 할 때 학명을 종이에 써가면서 철자까지 다 외우려 했는데, 대충 느낌만 알고 보기중에 답을 골라내기만 하면 돼서 이정도 노력은 필요 없다.
그리고 생약의 효능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 외우기 답답했지만, 국시를 막상 보고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니 출제하시는 분들께서도 애매한 효능은 출제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따라서 시간이 없다면 특이한 효능을 가진 생약 위주로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 있겠다.
[생약 학명 - 효능 - 과]를 한 세트로 하루에 정해진 분량(ex 1사이클 7개, 2사이클 10개, 3사이클 15개)을 매일매일 보았다. 생약은 논리가 필요하지 않은 과목이라 스터디원들과 재밌게 퀴즈 내기도 좋다.
어떤 친구들은 생약 암기가 성향에 맞지 않아서 매우 힘들어하는 것도 같은데, 최대한 아무생각 없이 버틴 분들은 결국 점수를 잘 얻어가신 듯 하다.
약사고시 3영역 임상약학1 공부법 :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과목 ① 약물치료학
점수 : 66/77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이론 n회독과 단권화, 문제풀이 할 때 가이드라인 머릿속에 통째로 그리기
다시 공부한다면 : 약물치료학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문제수가 많아서, 성실히 공부하면 1,2영역에서 점수가 많이 깎였다 하더라도 더 많은 점수를 보충할 수 있는 과목이다. 약물치료학은 양이 매우 많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단위 문제 수 당 이론의 양은 약시의 모든 과목 중 가장 적기도 하다. 또 모든 단원에서 치우침 없이 고르게 출제되는 것 같다. 그리고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안 낼 수가 없기에 나오는 문제가 일정 비율은 정해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역설적으로 공부의 가성비가 가장 좋다.
점수가 다른 과목에 비해 잘 나오지도 않았고 실제로도 약물치료학에는 친구들에 비해 실력이 좋지 않은편이라 떠오르는 팁은 별로 없다... 약물치료학 잘 하는 친구의 풀이 논리를 보면, 주어진 상황이나 랩 수치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팁인 것 같다. 가상의 환자 검사 결과에서 확 튀는 랩 수치가 출제의 의도와 아주 맞닿아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함정은 없는 것 같다.
약사고시 4영역 임상약학2 공부법 : 핵심만 공부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기
과목 ① 약국실무
점수 : 26/27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임상실무약학 교재에서 문제 나올 만한 이론만 n회독
다시 공부한다면 : 공부에 쏟은 노력대비 수확이 가장 모호한 과목이 아닐까? 이렇다할 정답과 같은 공부 방법은 없을 듯 하다. 올해는 작년 제작년보다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난해하지 않고 직관적이어서 점수가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결코 공부를 제대로 해서는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운에 맡겨야 하는 측면이 있는 과목이나, 임상실무약학 교재에서 피상적인 내용을 걷어내면 암기할 포인트가 남는 데 그 부분만 깔끔하게 외우고 나머지는 뒤돌아보지 않고 버리는 게 효율 측면에서 좋다.
그 외에는 약학대학에서 약국, 병원 등 실습할 때 배운 내용 / 약물치료학에서 치료 가이드라인 외 곁다리처럼 보고 넘어가는 부작용이나 특이한 점(ex Voriconazole-광시증 같은 거)으로 은근히 커버된다. 이래서 머릿속에 걸쳐 남아 있는 내용이 시험에 나오면 잘 보는 거고.. 아니면 조금 못 볼 수도 있는 거고... ㅠㅠ 이 과목의 약시 대비는 실습때부터 시작된다. 실습을 꼼꼼히 하자.
27문제인만큼 점수를 꽤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는데 들인 노력에 비례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공부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게 미스테리인 과목.
과목 ②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점수 : 16/18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제조관리, 품질관리 각각 2회독 → 단권화해서 2회독, 시험 보기 전에 약전 통칙과 각조 1회독
다시 공부한다면 : 제조품질관리는 2회독정도 할 때까지 이 내용들은 과연 '학문'인가? 공부해서 시험을 볼 만한 '과목'인가를 궁금케 한다는 점에서 많은 수험생들이 복장터지는 과목인 것 같다. 약사고시 나오는 과목 중 2영역부터는 사실 학문이라기보다는 임상현장과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규칙들을 모아놓은 것에 가깝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 정점이 바로 제조품질관리이다.
다시 공부한다면 이 점을 생각하고 나는 지금 무슨 물리같은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어느 회사에 입사해서 신입사원 시험을 보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일 것이다. 내가 제조관리자/품질관리자라면 이 업계에서 절대규칙(?)과 같은 ICH, CTD 모듈같은 게 뭔지 관심생기지 않을까? 제조관리자가 제조과정에서 시행해야 하는 업무 즉 품질관리자랑 R&R 겹치지 않는 영역이 뭔지 궁금할 것 같다.
실제로 나는 2회독까지는 맥을 전혀 못짚으며 공부했는데 그 다음회독부터는 이게 제약업 품질관리 같은데서 제네럴한 업무 프로토콜 비스무리한 거구나 깨닫고 나서 거부감이 좀 덜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외 통칙과 품질 각조는, 어이없게 밑도 끝도 없이 외울 것이 실제로 많긴 한데, 74회 시험을 보았을 땐 출제하시는 분들이 억지로 외우게 할 의도는 없었음을 읽은 것도 같다. 대체로 물어보는 문제 안에 답이 있는...예를 들어 지금 책을 아무데나 펴고 대충 예를 들자면, 탄산마그네슘의 확인 시험으로 적절한 것이 뭐냐고 물으면 산염기 적정법이 아니라 침강시험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는데 이런 정도랄까?
아예 공부를 못하고 들어가도 괜찮다. 원래 대대로 어느정도 찍는 과목이었나 보다... 통칙과 각조는 시험 전에 한 번만 읽고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도 괜찮을 것 같다.
과목 ③ 사회약학
점수 : 17/18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이론 3회독, 경제성평가와 회계 관련 공식 따로 정리해 시험 전에 1회독, 분과회 문제집은 안 풀었음.
다시 공부한다면 : 약물치료학처럼 단원별로 나오는 내용이 균등하게 분포가 잘 되어 있고, 시험의 경향과 난이도에 대해 안정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과목이다. 그래서 1사이클때는 스킵해 2영역에 시간을 좀 더 배분하고 2사이클부터 사회약학을 보는 친구들도 많았다. 아주 괜찮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공부한다면 2사이클부터 보아도 좋은, 많은 이들에게 생약학 같은 점수 올려주는 과목이다.
다만 평소에 주식을 안 하는(?) 분이라면 할인률이나 회계 문제에서 좀 난해해 하는 친구들을 보았다. 자가진단 해보았을 때 배경적으로 정책, 재무 등에 관심사가 없는 분들이라면 1사이클부터 공부해서 고민할 거 고민하고 넘어가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약사고시 4영역 약사법 공부법 :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 과하게 하기
과목 ① 약사법
점수 : 18/20
내가 공부했던 방법 : 약사법 본문을 정리본으로 만들어서 3회독, 시험 직전에는 총칙 무한 반복
다시 공부한다면 : 약사법... 약사법은 단독 과락 과목으로 앞의 330문제 백점 맞아도 여기서 8문제 미만으로 맞으면 모든 노고가 날아간다. 그래서 사람을 더 긴장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고, 실제로 이 과목 때문에 시험 끝나고 최종 발표 나기까지 1달간 발 뻗고 잠을 못 잤다.
올해 74회 시험 약사법은 시험 볼 당시에는 당황해서 지엽적이고 그래서 어렵게 느껴졌다. 어...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다시 봐도 여전히 지엽적이다.
약사법은 내 생각에 국어처럼 문장의 구성 요소가 중요한 과목 같았다.
예를 들면, "약사는(주어)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을(목적어) 포장하지 않은 채로 환자에게 판매할 수 없다(동사)"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된 의약품이다" → 한약제제는(주어) 의약품이다(동사+보어)
처럼 각 문장에서 담고있는 각각의 요소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느냐, 그리고 그에 따라 아주아주 간단한 법의 적용을
유추할 수 있느냐(한약제제는 의약품이므로 한약이 아니라 의약품에 관한 법을 적용받는다든가 하는...)를 판단하는 과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험은 그렇지 않아서 당황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과목의 본질은 다시 본다해도 달라지지 않아서 똑같이 공부할텐데
75회 약사고시에서 약사법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어서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해도 의미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나는 시험을 다시 본다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보고, 보고, 보고 또 봐서
총칙은 누가 찌르면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익힐 건데
그 이유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불안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결론에 이어서 더 의견을 말하려 한다)
약사고시 후기 : 결론
한시간이면 쓸 줄 알았던 약사고시 후기를 하루 종일 걸려서 썼다...이게 다 과목이 너무 많아서
양도 너무 많고 이해가 안되어 고생한 날들도 많았는데 1회독 할 땐 4년 간 공부 안 한 거 다시 제대로 하는 느낌이라
재밌기도 하고, 다른 영역의 공부를 동시에 꾸준히 하는 경험이, 꽤 폭발적인 시너지와 인사이트를 주었다.
의약화학을 공부하다 생화학을 이해하기도 하고, 물리약학을 공부하다가 분석학을 이해하기도 하는 것처럼.
(물론 시험 끝난 지금은 놀랍게도 대부분 날아가 버렸지만... ^^;;)
아는 약사님들께서 면허 딴 이후에도 계속해서 공부하려고 하고
공부해 둔 것들을 잃을까봐 염려하시는 모습이 잘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분들도 약사고시를 공부하면서 체득한, 그물망처럼 유기적으로 얽힌 지식들을 잊는게 싫으셔서 였던 것도 같다.
이 시험은 남들보다 아주 늦게만 시작 안하면 1월 20일까지 다들 적당히 고생하고 적당히들 잘 보는 시험이다.
객관식이라는 안락한 보장 아래 응시자들은 완벽한 공부를 하지 않았어도 희미한 공부의 기억에서 실마리를 잘 찾아갈 수 있다.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사실을 아주 강력하게 믿는 것임을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사실 어국합이란 말이 어떻게 진실일 수 있겠는가
인생 대소사에 확실한 일이란 원래 없는 거니까
갑자기 몸이 아파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환경이면 떨어지는거고..
진짜 운이 안좋으면 떨어지는거고
실수로 마킹을 못하면 떨어지는건데
이 외에도 상상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은 매우 많다
불안을 도모하길 좋아하는 뇌는 온갖 시나리오를 쓰고 혼자 최선을 다해 불행해 하는 것을 좋아한다
수험생인 내와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재밌게 공부하고 맛잇는거 먹으며 기분 달래고
이 어이없는 지식을 인생에 써먹을 데 없나 한 번 갸웃 해주고
스터디하는 친구들이랑 많이 웃고 추억 만들며 시간을 튼튼히 버티는 것 뿐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기계적으로 무탈하게 공부하면서
100% 사실일리는 없는 어국합이라는 믿음을
하루에 한 걸음씩 현실로 바꿔 나가는 것이 아닐까....
믿음이 먼전지 결과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무조건 합격한다는 믿음을 지붕처럼 세우고 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보니 전문직 시험만큼 불확실성을 통제해주는 이벤트가 어디 있나 싶기도 하다.
응시하는 집단 정해져 있지, 합격률도 매년 일정하지...아무튼
나도 이렇게 마음 먹고 잔뜩 센 척 하며 시험 준비를 시작했지만
2사이클 시작할 때 한번 그리고 시험 2주 전부터 멘탈이 터졌었다 엉엉
아무쪼록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줄 것 같고
앞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약학대학 학생분들께도, 좋은 믿음과 함께 수험생활을 잘 이겨냈으면 하는 응원을 보낸다
이변은 잘 일어나지 않으니 공부하다 너무 힘들어 하지 않으셨으면,
시험 준비하며 짬짬히 많이 웃으셔서 나중에 또 추억할 수 있는 시기가 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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