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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경험

매복 사랑니 발치 후기 / 신림 연세공감치과 강추 / 사랑니치과

by 앩옭 2021. 8. 3.

내게는 사랑니가 내게 있었다.

참고로 아래 어금니는 모두 매복사랑니 였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난 사랑니 없는 사람...

 

 치과선생님과 수많은 치위생사님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수 많은 피땀눈물(+침)을 흘리고서야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일어나봐 임마

사랑니는 보통 음식을 먹기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한 쪽의 위 아래를 몰아 빼고,

다음에 다른 쪽 위아래를 빼는 식으로 진행한다

 

사랑니를 뺀 날 음식을 먹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돼서

사실 네 개를 한번에 다 뽑아도 되긴 하는데

상당한 기력과 회복탄력성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왼쪽도 그렇고 오른쪽도 매복

당당하게 누운 자태가 얄밉다

 

 

내가 택한 병원은 신림의 연세공감치과 였다

진짜 관계자 아니고... 여기서 사랑니 다 뽑은 거 말곤

병원이랑 전혀 상관 없는데

아무쪼록 사랑니를 뽑고자 절망스런 마음으로

서치를 하다 블로그에 들어온 당신에게 이 병원 강추하고 싶다

 

 

 

 

 

 

 

치과 다닐때 제일 힘든 일이

눈을 기본적으로 가리니까 내가 관찰할 수 없는 일이

입 안에서 일어난다는 점인데

 

그래서 석션을 하든 아니면 절삭기 같은걸로 치아를 부수든

물을 내뿜든 바람을 내든

환자 입장에서는 입 안의 생경한 감각이라서

미리 안내해주지 않으면 화들짝 놀라고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치의선생님이랑 치위생사 선생님들은

치료의 거의 모든 단위조작(?)에 안내를 해 주심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내 입장에서는 다가올 감각에 대해

아 이제 어떤 느낌이 오는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음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한테 보건의료 분야 지식을

설명할 입장에 놓일 예정이라 그런가

의학적 안내를 들을 일이 생기면 귀쫑긋

환자 당사자로서, 혹은 관찰자로서 열심히 듣는 편인데

여기 의료진분들은 안내에 성의을 다 하시는게 느껴진다.

(위는 사랑니 발치 후 주의사항... 


 

암턴 사랑니 발치 과정은

1차 마취 > 진통제 섭취 > 2차 마취 > 잇몸 절개 > 치아 절단 > 꺼내기 > 잇몸 봉합

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 매복 사랑니를 뽑을 때는 첫 번째 사랑니 때보다 더 견딜만 했다

그 이유는 과정에 배경지식이 있고,

고통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사랑니를 뽑지 않은 불특정 다수 무명이에게

이 글을 바치고 싶다

 

 

1차 마취

고통의 정도 : ⭐️⭐️⭐️

1차 마취는 아래쪽을 강하게 마취하기 위한 것인지라

위쪽은 하지 않는다.

얌전히 입을 벌리고 있으면 주사바늘로 입 안 여린 살을 찌른다

비좁은 연한 조직에 다량의 액체를 밀어 넣는 뻐근한 느낌과,

두께가 두꺼운 바늘의 둔중한 고통이 주를 이룬다

 

 

진통제 섭취

고통의 정도 : X

수술 전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로 추정되는 약물 섭취

보편적인 처방인것 같은데

대강 서치해보니 진통제 섭취 하나 안 하나

고통의 수준에 별 차이가 없다는 논문 리뷰 얘기가 있어서 의아함

 

 

2차 마취

고통의 정도 : ⭐️⭐️⭐️⭐️

1차 마취 약 10여분 후에 다시 주사바늘로 찌르러 오심

1차 마취의 고통과 성격은 비슷하나

아래쪽은 마취가 이미 되어있어서 불쾌감이 감각의 주를 이루고

위쪽은 그렇지 않아서, 4-5군데를 찌르는데

숨을 못 쉴 정도의 불쾌감과 고통이 10초간 지속된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다리에 힘풀림 

 

잇몸 절개

고통의 정도 : ⭐️

여러분 핑크색 잇몸 살을 가르면 뼈가 나오는 거 알고 계셨습니까?

사랑니를 원활하게 뽑아내기 위해 잇몸을 가르는 과정임

이 때는 내 잇몸이 지우개가 된 것 같음

칼로 잇몸을 가르는 게, 마치 지우개를 가르는 것과 같이 느껴짐

 

마취가 잘 되어 있어서 고통 자체는 크지 않으나

내 살이 지우개처럼 갈라지는 감각이 섬뜩한 건 어쩔 수 없음

찌직- 하는 소리는 덤!

 

여기에 더해서

피가 울컥 울컥 절개 부위에서 솟구치는데

마취로 인해 반쯤 고장난 감각이 느껴짐

 

상처가 나서 피가 나는 감각에서 고통을 아예 제하고 나니까

그것 나름대로 기묘하고 불완전한 감각이 됨

 

따뜻하고 밀도 높은 액체가 쏟아져서

비린내도 나고 입 안에 자꾸 닿으며 숨구멍을 막는데

고통은 없다!! 

 

 

치아 절단 + 꺼내기

고통의 정도 : ⭐️⭐️⭐️

괴로움의 정도 : ⭐️⭐️⭐️⭐️⭐️

이거 사실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 괴로움의 영역이다

이제 잇몸 덮개를 가르고 드러난 사랑니와 뼈를 분리해서

사랑니를 뽑아낸다 ㅎㅎ

근데 매끄럽게 쑥 뽑히기 어려운 녀석들(ex 매복)은 먼저 쪼개져야 한다

 

이 때 사용되는게 진동하는 듯한 절삭기인데

이 친구의 소리가 장난 아니다

청각 기관과 가까운 입 안에서 굉음을 내고, 진동수도 높다 보니

치아가 손상되기 전에 청각이 손상되는 기분이 들 정도

읭사선생님께서는 이제 적당히 잘라 보고, 꺼내고, 잘라 보고, 꺼내고를 반복하심

근데 치과의사분들이 너무 중노동인게

이를 뽑기 위해 당기는 힘이 상당하다 ㅠㅠ

 

온 힘을 다해서 이를 잡아 당기다 보니

선생님의 도구나 팔 같은게 내 얼굴에 지지되어 있으면

얼굴도 같이 눌리는 것..

 

벌어진 턱이 무겁게 눌리지만

발성기관이 치료 도구로 점령당한 나는 딱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

포획당한 초식동물처럼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그저 견디는 수 밖에... 

보기만 해도 PTSD

그러다 보면 빠각, 뽀각, 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선생님께서 있는 힘껏 당기시다 보면

잇몸쪽에서 뻐근하며 이가 뽑히는 소리도 들림

(이건 내가 만들어낸 망상일 수도 있음. 근데 쑤욱 하는 소리 들리는 것 같음)

 

아 참 이 과정에서도

이를 자르는 중이에요~ 부서지는 소리가 나요? 소리 이제 크게 나요

처럼 가이드를 계속 주신 점이 정신 채리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음 

 

잇몸 봉합

고통의 정도 : ⭐️⭐️

 

이제 너덜너덜 벌어진 잇몸을 제자리에 다시 붙여 놓을 시간

얇은 철사같은 두꺼운 봉합사로 내 잇몸을 재단하신다

이때는 마취가 10% 쯤 풀려서인지

거적처럼 나돌아다니는 내 잇몸을 잡아다가 봉합하신다

 

이 때도 바늘 같은 것이 잇몸에 꽂히는 느낌,

잇몸의 두께감(가죽이 된 것 같음),

실이 관통해서 허공을 나아가는 궤적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고 나서 얼음팩 받고 처방전 받고 주의사항 설명 듣고

피를 많이 흘린 초식 동물 마냥 힘없이 집 오면 됨

 

안내사항이 잘 되어 있는데

익명의 여러분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건

사랑니 수술 후엔 절대로.. 진짜 절대로 빨대를 쓰면 안된다는 것

 

입 안에 음압 걸어서 침 뱉는 습관도 만만찮게 안좋지만

빨대 사용이 '건성치조와', aka 드라이소켓을 유발하는 데 아주 일등 공신이다

 

드라이 소켓이 생기면,

이 뽑은 자리에 블랙홀이 생긴 것 마냥

고통의 중력이 작용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음

 

나는

고통에 강한 사람이건만

건성치조와 생겼을 때 의사 선생님께 징징댔다

 

아무튼 그러하므로 어떠한 일상의 조건 아래에서도

빨대를 사용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사랑니 발치 후기 끝!

 

++ 덧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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